블리치가 내게 알려준 '완벽'이라는 착각

2년 반 동안 나는 블로그를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글은 쓰지 않았다.



블리치 199화.

에피소드가 끝나갈 무렵,
3분 남짓한 대화가 나를 붙잡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화면 속 대사가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완벽을 준비하느라 시작하지 못했던 시간

블로그를 해야지.

글을 써야지.

기록을 남겨야지.

그 말을 되뇌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 반.

그동안 나는 SEO를 공부했고,
애드센스를 알아봤고,
검색 노출을 고민했고,
블로그 구조를 손봤다.

준비는 오래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은 하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았다.

완벽을 준비하는 시간은 길었지만,
글을 쓰는 시간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때 마유리가 말했다.


블리치 199화 마유리 쿠로츠치가 완벽을 동경하는 인간에 대해 말하는 장면






"평범한 사람들은 완벽을 동경하고, 그것을 추구하지."

그리고 이어지는 말.


블리치 명대사 완벽을 동경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사



"'완벽'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완벽하다면 그 이상은 없어."

"거기엔 창조의 여지도 없다."

마지막 한마디는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블리치 마유리 명대사 완벽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장면

블리치 명장면 완벽은 절망이라는 마유리의 철학적인 대사

"우리 과학자에게 있어서 '완벽'이란 절망일세."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시작을 미루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블로그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시작을 미룰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더 좋은 SEO.

조금 더 좋은 테마.

조금 더 좋은 구조.

조금 더 완벽한 디자인.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그 모든 이유의 이름은 '완벽'이었다.


SEO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글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SEO는 글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기술일 뿐,

글을 대신 써주는 기술은 아니었다.

검색엔진은 빈 페이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오늘 써 내려간 한 편의 글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블로그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를 계속 공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완벽보다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조금 바꾸려 한다.

완벽한 블로그보다

오늘 하나의 기록.

완벽한 글보다

한 편의 글.

조회 수보다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둔 생각 하나.

앞으로는 이것저것 써보려 한다.

배드민턴도.

러닝도.

등산도.

책도.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그리고 살아가다 문득 붙잡힌 생각들도.


사람의 생각은 생각보다 빨리 휘발된다.

오늘 가슴을 울린 문장도,

내일이면 흐려지고,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그래서 글을 쓴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블리치는 내게 '완벽'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완벽을 버릴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2년 반 동안

완벽한 시작을 기다렸다.

이제는 안다.

완벽해서 시작하는 사람이 오래 남는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오늘도 완벽한 글은 쓰지 못했다.

대신,

미루지 않은 글 하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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